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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몸 아닌 임신부…더 많이 알아야 '두 생명' 지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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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3년간 1만명 이상 출산 도운 한정열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
임신부 복용 약물 등 신체·정신 건강 위해 '임신준비 셀프케어' 솔루션 런칭33년간 1만명 이상의 신생아 출산을 집도한 산부인과 의사가 임신부를 위한 '마더세이프 프리미엄 임신 준비 셀프케어' 서비스를 출시했다. 한정열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아이의 건강은 임신 전 관리에 좌우된다"며 "33년의 임상 경험으로 임신부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한 곳에 집대성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임신부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한국마더세이프'의 창시자다. 삼성제일병원에서 일하며 임신 전 먹은 약물로 임신부가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캐나다 토론토대 소아아동병원에서 '마더리스크 프로그램'을 배우고 한국에 도입했다.
삼성제일병원에서 시작한 국내 유일의 '임산부약물정보센터'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전화 상담을 기반으로 수도권(일산백병원) 광주(전남대병원), 대전(미즈여성병원), 울산(맘스여성병원) 등에서 의사와 만나는 오프라인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
14년간의 보건복지부 사업은 현재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 담당하지만 한 교수는 상담을 유료화하며 임산부의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10년 이상 18만여명의 빅데이터가 쌓였다. 임산부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고 싶었지만 유료화가 아니면 운영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음주, 흡연, 약물 등 임산부 위해 정보 '한 곳에'
한 교수는 임산부의 안전한 출산과 건강 관리를 위해 마더투베이비라는 회사를 창업했다. 이를 통해 △임산부에게 약물 정보를 제공하는 한국마더세이프상담센터 △제품별 생식발달독성을 전문가가 평가해 인증하는 투 세이프(Two Safe) △태아산재보상보험 앱 그리고 최근 '마더세이프 프리미엄 임신준비 셀프케어'를 런칭하며 앱과 홈페이지를 통해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최근 개발한 '임신준비 셀프케어'에는 임산부들이 알았으면 하는 모든 정보를 담았다. 체중, 음주, 흡연, 커피, 마음건강, 선천성 유전질환 등 건강한 임신을 위한 최신 의학 정보를 제공해 건강한 임신을 돕는다. '임신 전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해결하면 아이도, 산모도 모두 행복하다'는 그의 지론이 그대로 녹아있다.
예를 들어 임산부 체중이 정상 범위(BMI 18.5~23)보다 높거나 낮으면 아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높다. 임신 전 식단과 운동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술은 와인이건 맥주건 소주건 '하루 한 잔도 마시지 말라'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알코올은 신경독성 물질로 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는 "음주 문화가 퍼진 미국이나 유럽 같은 경우 4명 중 1명(25%)은 태아 알코올 스펙트럼 장애"라며 "눈에 보이는 기형이 안 나타나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습 장애, 충동조절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족력을 기반으로 유전병을 인지했다면, 착상 전 유전자 검사를 통해 건강한 유전자를 골라 '시험관 아기 시술'을 할 수가 있다. 유전병이 100% 다 진단되는 건 아니지만 임신을 망설이는 여성과 가족에겐 소중한 정보다. 암 유전자가 있다면 가급적 빨리 임신하고 예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임신부의 면역은 태아에게 이어진다. 백일해 백신 효능은 임신부에게서 탯줄을 타고 태아로 전달돼 사망률이 가장 높은 신생아 시기를 버틸 '힘'이 돼준다. 캐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7주~32주에 백일해 예방접종을 하는 게 가장 효율성이 좋다고 하지만 많은 이들이 모르고 있다. 기형 예방을 위해 엽산을 포함한 비타민B군을 초기 12주까지 먹어야 한다는 게 '정설'로 통하지만, 최근 연구에는 자연유산, 조산, 자폐스펙트럼장애 예방을 위해 임신 중 계속 복용해야 한다고 보고된다.
임신 20주 이후 고혈압과 단백뇨가 나타나는 임신중독증(임신고혈압)은 5~10%가 겪을 정도로 드물지 않다. 태아 성장 부전과 조산, 심지어 사망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병이다. 산모도 37주 이전 임신중독증에 걸리면 생존여명이 10년 짧아진다. 이전에 같은 병을 앓았거나 자매가 임신중독증일 때, 쌍둥이 임신, 당뇨병을 앓았으면 더 위험한데 임신 12주부터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관리가 가능하다. 35세 이상 초산이면 반드시 이걸 먹어야 하는데 이 역시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한다.
한 교수는 "기형, 임신중독증, 발달장애 같은 신생아에 치명적인 위험은 임신 전 알아야 하고, 임신 중에는 관리해야 한다"며 "임신준비 셀프케어에 이어 조만간 임신부와 산부인과 전문의가 함께 배 속 아이를 관리하는 '위드케어'도 출시할 예정"이라 말했다.
임신부, 최선 다했다면 '죄책감' 갖지 않아도 돼
한정열 교수는 임신부의 마음건강을 위한 앱을 개발한 같은 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승환 교수와 '협약'을 맺었다. 이 교수는 맥파(PPG)를 인공지능(AI)이 분석해 우울, 스트레스 등을 평가하고 관리하게 돕는 '마음결미니'라는 솔루션을 개발했는데 이 둘을 연계했다.
오랜 시간 임신부 약물 복용을 연구해 온 그는, 아이가 기형일까 봐 우울증인데도 약을 중단했다가 상태가 악화하는 환자를 수없이 만났다. 한 교수는 "임산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가장 큰 이유가 우울증 때문"이라며 "정신건강의학과와 연계해 '마음 건강'까지 쉽게 챙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신부 가운데 기형아 출산을 우려해 고혈압약(ACE 억제제), 뇌전증약을 자의적으로 끊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보다 안전한 다른 약을 쓰면 문제가 없는데 이미 먹은 경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임신 중절 수술(낙태)을 선택하기도 한다. 여드름약(이소트레티노인)을 먹은 국내 임산부 10명 중 3명은 실제 낙태를 선택한다는 연구도 있다.
이소트레티노인은 우리나라에 연평균 100만여건이 처방되는 흔한 약이다. 임신인 줄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다만 최근 한국마더세이프센터의 연구에 의하면 △생명에 지장을 주거나 △수술이 필요하거나 △신체적 결함을 부르는 대기형까지 고려해도 발생 비율은 4~5% 정도에 그친다. 여드름 약을 안 먹는 일반인도 기형 발생률은 3%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한정열 교수는 "여성이 임신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출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 누구도 아이에게 죄책감을 갖거나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의사로서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고 신체·정서적으로 지지해 산모와 아이 모두가 행복하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