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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약 먹는다면 임신·헌혈 금물"…기형아 출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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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트레티노인' 복용시 기형아 위험 3.7배…복용 중단 후 최소 4주 지나 임신해야

온라인상 불법 유통 문제…전문가 "금기 기간에 복용한 여성, 전문가 상담 받아야"

 

0006556922_001_20230104110701477.jpg?type=w647(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임신부와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은 반드시 '이소트레티노인'이라는 성분의 여드름 치료제를 복용하면 안 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이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는 이유에서인데, 이 약 자체가 오·남용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이 약을 먹은 임신부 중 일부는 기형아 출산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인공유산(임신중절)을 택하는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의약품의 온라인 불법 유통을 차단하는 한편 자세한 설명으로 임신부의 복용 가능성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소트레티노인, 효과 강하고 좋은 여드름 약이지만 임신부에겐 '독'문정윤 리원피부과 대표원장(피부과 전문의)은 4일 <뉴스1>에 "여드름은 모공 안이 막히고, 피지가 쌓이면서 여드름균이 증식돼 발생하는 염증 질환"이라며 "이소트레티노인은 모든 과정의 요소를 억제하는 유일한 약이다. 효과가 강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 원장에 따르면 유럽 피부과학회는 여드름 중증도가 높아질수록 이소트레티노인 처방을 권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는 적게는 수일에 한 알에서부터 많게는 하루에 서너 알까지 복용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복용할수록 치료 효과가 뚜렷하다.

문 원장은 "약을 먹고 최소 2주 이상 지나야 점진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매우 빈번하게 피부 건조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건조 현상 등은 용량에 비례해 나타난다"면서도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게 임신부의 태아 기형"이라고 강조했다.

이소트레티노인은 비타민A의 유도체로, 세포증식과 분화를 조절해 비정상적인 각질을 정상화해 피지분비를 줄여주는 기전의 약이다. 다만 비타민A 복용이 과할 경우 태아 기형을 유발한다.

한정열 인제대학교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이소트레티노인은 신경능세포의 활동을 억제하고 세포 간 상호 작용을 방해해 기형을 유발한다고 알려졌다"며 "태아의 뇌, 얼굴, 구개, 심장, 척수, 귀, 흉선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한 교수 연구팀이 미국, 캐나다, 독일 등의 연구팀이 국제적으로 발표한 논문 10편에서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것으로 확인된 임신부 2783명을 메타 분석한 결과 복용 임신부의 기형아 출산율은 15%로 집계됐다.

기형은 두개골, 얼굴, 심장, 목, 손가락 등에 많았으며 기형아를 임신한 여성의 80%가 인공유산(임신중절)을 선택했다. 연구팀은 임신 상태에서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했을 때의 기형아 출생 위험을 비노출군의 3.76배로 추산했다.

다만 이런 위험은 2006년 이후부터 1.04배로 줄었다. 한 교수는 "예전에 비해 이소트레티노인에 의한 여드름 치료가 표준화돼 저용량으로도 치료 효과가 나타난다"며 "치료제 용량과 기간이 전체적으로 줄어, 기형 출산 위험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오남용과 불법 대리처방 문제…"전문약인데, 임신부와 나눠 먹는 일 금물"전문가들은 이 약에 대해 "임신부에게 주의를 주는 걸 전제로 올바르게 복용한다면 충분히 효과적이고 안전하지만 남용이나 부적절한 처방이 문제다. 특히 나눠 먹는 일은 있어선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다.

우선 이소트레티노인은 전문의약품이라 의사의 진료 하에 처방받아야 하는 약이다. 그런데 최근 온라인으로 불법 대리처방을 받거나 중고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통해 남은 약을 불법 거래하는 사례가 문제되고 있다.

한 교수는 "모르고 복용했던 임신부들이 있다"며 "임신부의 약물 상담을 돕는 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임신부의 상담이 1500건 이상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이들 중 50% 이상은 임신중절을 선택했다.

이어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중 임신을 한 여성들은 기형아 출생 위험도가 높아 두려움과 불안감으로 임신을 중단하는 여성들이 많다"며 "이들은 전문가의 진단과 검사를 통해 도움을 받아보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약처는 이소트레티노인 복용 중단 후 최소 4주가 지나고 임신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으며 문 원장은 "(개인적으로는) 보다 안전한 임신을 위해 3개월 휴약 기간을 두고 임신할 것을 권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임신 외에도 이소트레티노인 복용자는 헌혈도 최소 4주간 해선 안 된다. 해당 혈액을 임신부가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복용해선 안 되는 기간에 이소트레티노인을 복용한 여성은 비영리단체인 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로 연락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강승지 기자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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